1. 영화의 배경이 된 12. 12 군사 반란
문민 정부 이전에는 '12.12 사태'라는 명칭으로 많이 불렸으나, 김영삼 대통령의 역사 바로 세우기 사업으로 인하여 '반정부 군사 쿠데타'로 재정의되어, 현재는 '12.12 군사 반란'이 정식 명칭입니다.
2. 반란군 '하나회'
대한민국 육군 내부에서 불법으로 결성된 비밀 사조직.
'국가도, 우정도, 충성도 하나' 라는 뜻으로 육사 11기가 정한 명칭. 초반에는 친목회 규모로 출발했다가 제3공화국 박정희의 비호를 업고 추후 정계까지 무시무시한 영향력을 미치게 됩니다.
당시 하나회 소속 인물들은 너무 많아서... 누가 하나회이고 누가 하나회가 아닌지 자기들끼리도 잘 모를 정도였다고 합니다. 시간관계상 대표적인 인물 두 사람(전두환, 노태우)만 소개해 드렸습니다.
4. 진압군(대한민국 정부, 대한민국 국군)
이성민 배우님이 열연해 주신 정승화(정상호) 총장은 12.12 군사 반란이라는 소용돌이의 정가운데 있었던 인물입니다. 강직한 군인이었고 하나회를 엄청 싫어했습니다.
5. 10.26 사건 발생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사건입니다. 국가 원수를 포함, 주요 권력의 공백이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당시 총리였던 최규하가 권한대행을 맡아 비상 계엄령을 선포합니다. 영화에서 노골적인 대사로 드러나기도 하는데, 최규하는 정치에 휘말리는 걸 굉장히 싫어하는 인물이었습니다.
좋게 말하면 권력욕이 없고 나쁘게 말하면 그냥 역사 속을 흐르는 물처럼 조용히 지나가고 싶었던 인물이었다 할 수 있겠습니다. 정치에 대한 부담감이 컸기 때문에 전국 계엄이 아닌 부분 계엄을 선포, 전두환이 마음 놓고 날뛸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해주고 맙니다.
6. 계엄사령부 합수부장에 전두환 임명
국방부 장관과도 친했던 전두환은 10.26 바로 다음날부터 사방팔방으로 권력을 행세하고 다니기 시작합니다. 다른 사건을 수사하던 중 찾은 9억(현재 가치로 300억) 중 6억을 박근혜에게 전달, 5천만원은 국방 장관에게 전달, 2억을 들고 정승화 총장에게 매수하기 위해 갑니다.
화가 난 정 총장은 전두환에게 핀잔만 주고 쫓아낸 뒤 국방 장관에게 전두환의 처벌을 요구하지만... 당연히 먹히지 않습니다... 이미 매수된 후였으니...
7. 참모총장 정승화의 계획과 전두환의 역공
하나회가 날뛰는 걸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던 정 총장은 전두환을 강원도 동해 경비사령관으로 좌천시키고, 수도경비사령관직에 非하나회, 非육사 출신이자 강직한 참군인이었던 장태완을 임명합니다.
물론 이 계획들은 국방부 장관, 국방부 차관 등 하나회 인맥을 통해 빠르게 전두환의 귀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로 인해 전두환은 정 총장이 10.26 사건 당시 그가 현장에 있었다는 것을 빌미 삼아 체포할 계획을 세웁니다.
전두환은 먼저 정승화 측 장교였던 장태완 수경사령관, 정병주 특전사령관, 김진기 육본 헌병감을 회식을 구실로 연희동 주택가 비밀 요정으로 빼돌립니다. 이 요정은 하나회 회원들이 모여 반란을 모의했던 제5공화국 요정 정치의 중심이 된 장소로, 지금은 일반 가정집으로 개조되었다고 합니다.
하나회는 수도 방어 병력의 핵심 인물인 이 세 사람을 함정에 빠뜨려 놓고, 장태완이 사령관으로 있었던 경복궁 수경사 30경비단에 모입니다. 여기 부대 구조가 몰래 모여있기에 딱 좋은 구조의 장소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전두환은 최규하 대통령에게 정승화 체포 재가(허가)를 받으며 '동시에' 정승화 총장이 있는 한남동 총장 공관에 체포조를 보낼 작전을 세웁니다.
전두환이 책임지고 있었던 10.26 합동수사본부는 계엄사령부의 산하에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전두환에게 정승화는 함부로 체포할 수 없는 직속 상관이었습니다. 계엄사령관의 위에 있는 사람은 대통령과 국방 장관 밖에 없었기 때문에, 이분들의 최종 허가를 받아야만 합법적인 체포가 가능했습니다.
전두환은 공부를 잘 했다기보다는 잔머리를 잘 굴리고, 싸움 잘 하고, 사람을 구슬리고 다루는 걸 좋아했던 인물이었다고 합니다. 최규하가 전두환의 단순 진술 만으로는 정승화 체포 동의안에 단독 서명할 수 없다고 버티는 바람에 시간을 지체하게 됩니다.
한편 한남동 총장 공관에서는 '전두환이 이쯤이면 대통령 재가를 받았겠다'고 판단한 합수부 수사관들이 공갈과 협박, 무력을 동원하여 정 총장을 체포, 보안사의 서빙고 분실(=안기부 대공분실)로 납치합니다. 이때 발생한 총격이 12.12 군사 반란에서 일어난 최초의 총격입니다.
그 총소리에... 국방부 장관이라는 사람이 놀라... 가족들을 피신시키고 잠옷 바람으로 온 서울을 배회합니다. 미군 기지 포함해서 진짜 오만 데 다 돌아다닙니다. 반란이 일어나는 내내 거의 코빼기도 보이지 않습니다.
한편 함정에 빠져 있던 세 사람, 장태완, 정병주, 김진기 장군은 자신들을 초대한 전두환을 기다리고 있다가 정 총장이 납치되었다는 소식에 곧바로 튀어나가 각자의 자리로 복귀, 대응을 준비합니다.
장태완 장군이 사령관실 복귀 후 이미 하나회에 점령당한 경복궁 수경사 30경비단에 전화로 일갈하는 장면은 2005년 방영된 MBC 드라마 <제5공화국>에서도 명장면으로 꼽히는 장면입니다.
(영상 링크: https://youtu.be/62BtmRfakv8?si=berPU_7QQD4ApTuc 10분 22초경)
성우 김기현 님이 열연해 주신 이 장면은 장태완 장군이 그려진 대중 매체 중 가장 유명한 영상으로 남아 있습니다. 일명 '장포스'로 불리며 실존 인물의 인기가 급상승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성우님이 실제로 육군훈련소 조교로 근무한 경력을 동원한 덕에 이런 명장면이 탄생했다고 하네요.
한편 전두환은 정승화 체포 동의안의 2차 재가 요청에도 실패, 사라진 국방부 장관을 찾아 발에 땀나게 뛰어다니기 시작합니다.
8. 반란군 VS 진압군 본격 대치 시작
전두환이 이끄는 반란군은 노태우가,
장태완이 이끄는 진압군은 정병주가 지원하며 본격 대치가 시작됩니다.
북한과 힘이 비등비등했던 시기에 최전방을 지키는 부대를 절반 가까이 빼돌려 멋대로 반란에 사용한 짓은... 박정희가 5.16 쿠데타 때와 똑같이 했습니다.
노태우는 초반에는 반란 병력 동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었는데, 중요한 순간에 남침 위협을 무릅쓰고 자신의 전방 병력을 지원한 덕분에 본격적으로 전두환의 후계자로 올라서게 됩니다. 경상도 어르신들이 자주 썼던 '친구야!' 밈이 여기서 탄생했다는...
우리나라 특전사령부 예하 공수 부대는 1, 3, 5, 7, 9, 11, 13 총 7개 여단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중에서 1, 3, 5, 9 공수여단이 수도권을 지키고요, (영화에서는 2, 4, 6, 8로 나옴) 이 중 1, 3, 5 공수여단장, 즉 정병주 장군의 부하들이 모두 하나회 소속으로 상관을 배신하고 수경사 30경비단에 모여 있었습니다.
그래서 정병주 장군은 하나 남은 9공수여단(영화에서는 8공수) 병력을 장태완 장군에게 지원하게 됩니다. 이 때 반란군이 좀 많이 당황했다고 해요. 심지어 노태우는 자결을 결심했다고...
똥줄이 탄 반란군은 이른바 '신사협정'이란 것을 제안합니다. 우리도 물러설 테니까(구라) 당신들도 물러서라고. '박정희도 김재규가 북한에서 사주를 받아 죽인 것'이라는 말이 돌 정도로 흉흉했던 시국, 무능했던 육군본부는 결국 이 신사협정을 수락하고 맙니다.
결국 뒤통수를 친 반란군은 국방부, 육본, 특전사령부 본부를 차례로 점령합니다. 이 과정에서 홀로 정병주 장군 곁을 지키던 김오랑 소령이 반란군의 총에 맞아 전사합니다.
故김오랑 소령의 부인이었던 백영옥 여사는 출근했던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사령부 비서실에 전화를 걸어 남편의 행방을 알려달라고 애원합니다. 당시 이 전화를 받은 당번병은 현장에 있던 김오랑 소령의 피를 닦으며 "비서실장님은 사령관님 수행 중이십니다." 라고 거짓말을 했다고 하네요..
당시 시력약화증을 앓고 있었던 백영옥 여사는 남편을 잃은 충격으로 실명, 살고 있던 군인아파트에서도 쫓겨납니다. 이후 복지 시설 등에서 봉사하며 남편의 복권 소송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던 중 석연치 않은 죽음을 당하게 됩니다.(자살로 발표했으나 유서도 증거도 없음. 후에 실족사로 수정) ㅜㅜ
그렇게 진압군의 요새가 차례로 점령 당하고 홀로 남은 장태완 장군의 마지막 단독 작전 명령 실제 내용입니다. 이제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은 나 뿐이라는 판단.
하지만 단독으로 반란군에 맞서기엔 장태완 장군을 붙잡는 것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특히 자신을 따르던 100여명의 병사들과 서울 시민의 안전이 발목을 잡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이를 악물고 포기, 병력 철수 후 체포 당합니다.
그 후 국방 장관과 최규하 대통령은 정승화 체포 동의안에 최종 서명.
최규하 대통령은 이 서명을 하면서 동의안 표지에 날짜와 시간을 기록했는데, 이는 정승화의 체포가 대통령 재가 이전에 이루어진, '선체포 후동의'라는 명백한 불법 행위의 증거를 남기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작전 개시 약 10시간 만에 반란은 성공합니다.
언제를 시작, 언제를 끝으로 보느냐에 따라 9시간으로 보기도 하고 10시간으로 보기도 하는데 영화에서는 9시간으로 정의해 놨습니다.
이후 정승화 총장은 보안사 서빙고 분실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합니다.(추후 공판에서 아주 생생하게 증언)
그리고 대장에서 이등병으로 무려 17계급을 강등, 인격적인 살인을 당합니다.(추후 전두환이 백담사로 유배된 후 대장으로 복권)
장태완 장군은 수경사령관 직에서 해임(후임: 노태우),
집안이 거의 풍비박산이 나는데... 이에 대한 사과와 회유의 의미로 전두환이 제안한 공기업(한국증권전산) 사장직은 수락하셨다고 합니다. 아마 생계 때문이 아니었나 하는 조심스러운 추측을..
정병주 장군은 평소 버스를 타고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셨다고 합니다. 12.12 이후에도 버스를 타고 서울을 돌아다니다가 버스가 검문소에 멈춰 서면 '여기를 막았으면 달랐을까. 여기를 막았어야 했나.' 이런 생각을 하셨다고...
1979년 12월 12일에 멈춰 있었던 정병주 장군의 시간..
전두환의 장기 집권 동안 정권이 바뀔 날 만을 고대하던 정병주 장군은 노태우가 취임한 1988년 실종, 이듬해 3월 아무 연고도 없는 곳에서 아무 유서도 없이 자살한 상태로 발견됩니다. '그럴 사람이 아니다'는 지인들의 증언, 함께 발견된 시계도 실종될 무렵에서 멈춰 있어 타살 의혹이 있다고..
정병주 장군은 국립현충원에 안장되었는데, 묘비에 내용은 없고 이름만 적혀 있다고 합니다. '상관에게 총질한 군인들이 버젓이 살아있는 세상에서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라는 뜻에서 유족들이 백비로 남겨 두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절대 권력을 장악한 하나회(신군부)는 제주도를 제외하고 내려졌던 계엄령을 전국으로 확대합니다.
모든 정치 활동과 민주화 운동 일체를 금지하기 위함이었으며, 김대중을 간첩으로 몰아 사형 선고까지 내립니다.
이렇게 짧았던 서울의 봄은 끝이 나고 전두환은 11대·12대 대통령으로 7년, 노태우는 13대 대통령으로 5년, 총 12년을 온갖 부귀 영화를 누립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참모차장 민성배의 최종 보스 빌런 같은 행위에 답답해 죽는 줄 알았습니다. 영화 내용으로만 보면 '저 참모차장만 없었으면 전두광이 쿠데타 성공 못했겠다.' 싶은 생각이..
그리고 노재현 국방부 장간의 무능함... 영화에 들어가서 확 쥐어 패고 싶었던..
오랜만에 쫄깃쫄깃 재미있게 본 영화 '서울의 봄',
제가 정리한 위 포스트 내용을 미리 공부(?)하고 보시면 훨씬 더 흥미진진하게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김성수 감독의 대단한 연출 능력을 감탄하게 되는 영화, '서울의 봄'. 강력 추천 드립니다~!!!
아래 링크 영상은 KBS에서 국회 청문회 등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다큐멘터리 영상입니다.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전두환의 역사적 하루, 12.12의 재구성 / KBS 방송 "KBS역사저널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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