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정보 / / 2023. 11. 6. 13:32

김장과 김치..

 

 

 

11월 8일은 '풀이 다 죽는다'는 입동(立冬)입니다. 지역 또는 가정마다 차이가 있지만 이맘때는 김장철이기도 합니다. '입동이 지나면 김장도 해야 한다’는 속담처럼 김장은 신선한 채소를 구하기 어려운 겨울철에 대비해 미리 김치를 담가서 저장해두는 우리 고유의 풍습입니다. 한국인의 지혜가 담긴 김장문화는 세계 인류무형문화유산이기도합니다.

김장 김치

 

 

'김장'과 '김치'의 어원

'김장'의 어원을 두고는 여러 가지 설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한자말 '침장藏'이 '팀장'과 '딤장'을 거쳐 '김장'으로 바뀌었다는 설입니다. '김치'의 어원을 침채로 보기도 한다는 점에서 꽤 설득력이 있습니다.

 

우리 조상들이 처음 먹었던 김치는 지금의 김치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김치에 빠질 수 없는 고추가 한반도에 들어온 것이 임진왜란 이후니까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고추의 전래 시기를 놓고도 주장이 엇갈립니다. 그러나 임진왜란 이후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고추가 들어오기 전의 김치는 채소를 소금물에 절인 것으로, 오늘날과 같은 발효식품이 아니었습니다. 채소를 오래 보관하기 위해 소금을 뿌려 두면 채소 안의 수분이 빠져 나와 채소가 소금물에 잠기게 되는데, 이를 '침채'라 불렀습니다.

 

 

 

이견이 있기도 합니다. 김치는 원래부터 순우리말로, 옛말 '딤채'가 바뀐 것이라는 주장이 그것입니다. 이렇듯 김치와 김장의 어원을 두고 이견이 있지만, 우리 고유의 문화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특히 고추가 도입된 이후 소금의 양은 줄고 새우와 멸치 등 젓갈류가 첨가되면서 그 맛이 더욱 깊어졌습니다. 고추가 해산물의 비릿함을 잡아준 덕분에 식물성 재료와 동물성 재료가 알맞게 섞인 독특한 채소발효식품으로 거듭났습니다.

 

이런 김치는 뭐든 다 맛있지만, 그중 최고는 김치를 담그는 중에 어머니가 입에 넣어주던 빨간 '김치속'을 싼 노란 '배추속'의 맛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만 너나없이 쓰는 '배추속'과 '김치속(김칫속)'은 바른말이 아닙니다. '배춧잎 가운데에서 올라오는 잎으로, 빛깔이 노릇노릇하고 맛이 고소한 것'은 '배추속대'이고, 김치를 담글 때 파, 무채, 젓갈 따위의 고명을 고춧가루에 버무린 것은 '김칫소가 바른말입니다.

절임배추

 

 

 

 

중국에서 건너와 한국 토종이 된 '배추’

김장철을 맞아 '귀한 몸'이 된 배추는 얼핏순우리말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채소는 대부분 녹색을 띱니다. 하지만 배추는 겉만 녹색이고 속은 하얗습니다. 그래서 붙은 이름이 백채白菜이고, 그것이 변한 말이 배추입니다. 지역에 따라 배차, 배채, 벱추 등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배추가 우리나라에 전래된 것은 고려 때로 추정됩니다. 고려 고종 때 발간된 『향약구급방」에 배추를 뜻하는 글자가 나오는 것이 그 근거입니다. 그러나 이때의 배추와 지금의 배추는 사뭇 달랐습니다. 옛날의 배추는 지금의 배추에 비하면 몸통둘레가 절반도 안 되는 등 아주 '빈약했습니다. 따라서 '국민채소' 배추의 품질 개량이 절실히 필요했고, '한국 농업 기술의 아버지' 우장춘 박사가 지금의 배추로 개량했습니다. 중국 배추에서 한국 배추로 '독립'한 셈입니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도 과거 국제식품분류상 차이니스 캐비지(Chinese Cabbage)' 중 하나로 다루던 한국산 배추를 지금은 '김치 캐비지(Kimchi Cabbage)’로 구분해 등재하고 있답니다.

 

배추는 재배 시기에 따라 봄배추, 여름배추, 가을배추, 겨울배추로 나뉩니다. 김장철에 생산되는 것이 가을배추이고, 늦가을이나 초겨울에 심는 것이 겨울배추입니다. 겨울배추는 '얼갈이배추'라고도 하며, 이것으로 김치를 담그면 '얼갈이김치'가 됩니다. 하지만 얼갈이배추를 '얼갈이'로 줄여 '얼갈이를 살짝 데쳐서' 또는 '얼갈이로 담근 김치' 따위로 표현하면 잘못입니다. '얼갈이'는 '논밭을 겨울에 대강갈아엎음'을 뜻하는 말로 배추와 전혀 상관없기 때문입니다.

김장배추

 

 

 

 

한편 '배추의 잎'을 뜻하는 의미로 '배추 잎'을 써야할지 '배춧잎으로 써야할지 헷갈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국어사전에 '배춧잎'이 등재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표준국어대사전에 '배춧잎'이 표제어로 올랐습니다. 1만 원짜리 지폐를 속되게 이르는 말 역시 '배춧잎'으로 써도 됩니다.

 

그 밖에 김장과 관련해 잘못 쓰는 말에는 '황새기젓'과 '깍뚜기' 등도 있습니다. '황새기젓'은 '황석어젓'이, '깍뚜기'는 '깍두기'가 바른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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